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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평 필사노트

[필사노트]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by 책장인 김세평 2023. 9. 25.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위즈덤하우스

01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좋아하는 마음이 사랑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만나면 반가운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헤어져 있는 어느 때 못 견디게 보고 싶다면, 사랑일 확률이 높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반대로 조건이 없다. 혼자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마음 한편이 시큰해지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게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수일 수 있다. 아마도 이 차이가 좋아하는 마음사랑하는 마음보다 덜 특별하다는 오해의 원천일 수 있겠다. 내가 좋다는 마음을 귀하게 보는 데는 이 감정이 가진 실시간성과 일상적임에 있다. 우리가 좋다는 말을 언제 하는지 떠올려보면 실시간성이라는 말이 무언지 이해가 갈 것이다.
친구랑 공원에 앉아 기분 좋은 바람을 맞을 때, 마음에 쏙 드는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다 문득 뱉게 되는 말. ‘좋다!’ 사랑하는 마음은 나를 붕 뜨게 하기도, 한없이 추락하게 하기도 하는 역동성을 띤 반면 좋아하는 마음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해주는 안정성이 있다.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02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늠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자 낭만이니까.
그렇다면 기대의 반대 의미는 무얼까. ‘오해’, ‘편견쯤 되겠다. 내가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 말이었던 것 같다.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기를 바란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갖는 부정적인 감정은 차라리 당연하다. 사람은 서로를 각자의 주관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앵글에서 모두에게 완벽한 피사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면 그건 지옥의 시작일 테다. 대신 생긴대로 살아가다 거름망에 걸러지는 내 사람들은 사금처럼 귀하다.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미움받을 용기까지는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나의 인생관이다.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03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은, 이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다. 나는 어차피 누구에게도 완벽하거나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 곁의 수많은 거울들을 떠올려보라.
어떤 거울 앞에서 나는 가장 괜찮은 사람이었는가?
그러나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렇게 설명을 한다.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들이 그러하듯 사람 마음의 모양은 전부 다르다. 선을 긋지 않는다는 건, 모양이 없는 액체 괴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까 선을 긋는 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반대로 남들보다 더 관대하거나 잘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시원하게 트여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라는 사람을 탐험하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부분이 된다.
그래서 어떤 관계는, 나도 몰랐던 내 영역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통해 확장되기도, 스스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 사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건지에 심취해서 포커스를 상대가 내 사과를 어떻게 받는지에 맞추기 시작한다.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 이 문장만 봐도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짜증이 밀려오지 않는가?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04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새로운 관계는 기차의 방향처럼 시간을 따라 앞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는 자꾸만 거기에 거꾸로 올라타 지나간 기억을 본다. 앞으로 펼쳐질 새롭고 아름다운 것들을 놓친 채. 나는 사랑은 마주보는 일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는, 마주보며 시작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지금 연애에서 정방향 좌석에 앉아 있는가, 아니면 반대 좌석에 앉아 있는가?
주는 자가 받는 이를 오랫동안 세심히 지켜봐온 시간이 선물받는 이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듯, 조언도 그렇다.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아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때야 조언이지, 뱉어야 시원한 말은 조언이 아니다.
소중하다의 ‘~하는 바’, ‘~하는 것등의 의존명사 역할을 하고 은 말 그대로 무거움을 뜻한다. 무거운 것을 손으로 받쳐 들려면 자연히 두 손을 쓸 테고 그 무게감 때문에 온 힘이 이것을 잘 잡고 지키는 데 쓰일 테니, 소중한 것을 가진 자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귀중품이라는 단어의 귀중이라는 말과의 차이점은 중하게 여기는 것을 스스로 택할 수 있다는 데 있겠다. 귀중하다는 것은 희소송 있고 무거운 것, 즉 누가 봐도 그러한 것들에게 붙여지는 말이지만
소중하다는 것은 그와는 확실히 다르다.
어느 가을, 주워 곱게 말린 은행잎이나 버려야 할 때가 지나버린,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옷은 귀중하진 않아도 소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소중한 것은 글자가 뜻하는 것처럼 힘을 들여 지켜야 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종종 말로만 그것을 소중한다 칭한 채 방치한다. 그래서인지 가사 속에서 소중하다는 말은 주로 과거형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말 같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소중한 것들은 그것이 유한하기에 그렇다. 꽃을 보고 드는 반가운 마음은 이것이 곧 시들 것을 알기 때문이고, 청춘을 예찬하는 이유도 쏜살처럼 빨리 사라져버림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과 적응의 동물이기에 이 유한성을 잊는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기에, 하루하루는 소중하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이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05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 그 이유를 헤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서러움은 일단 따뜻한 집에 들여 밥 한 술 떠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주체할 수 없는 아픔
설명 없이 감정을 전달하기에 더 적확
어른이 되면 눈물을 참는 법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쏟아져 나올 때, 콧물까지 줄줄 흐르며 꺽꺽대는 밤을 나는 서러운 밤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서글픔은 슬픔과 서러움에 비해 어쩐지 시각을 자극하는 효과를 가진 것 같다.
서글픈 별은 홀로 외로이 떠 있는 별을 보며 내가 느끼는 감정이 드러난다.
서글픔에는, 왠지 모르게 그 풍경에서 느껴지는 애틋한 아픔이 담겨 있다. 즉 나의 감정이 개입된 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서글프게 본다는 문장에는 이전의 히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미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니까.
묻고 가는 것은 주로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의 속성을 띈다.
묻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려는 모습이,
품는 것은 무언가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묻는 것은 생명력이 사그라들길 바랄 수 있고
품는 것은 무럭무럭 자라나길 원할 수 있다.
비밀을 묻고가는 것은 그 비밀이 사라져야 해피엔딩이지만,
비밀을 품고가는 것은 어찌 되었든 끝까지 가겠다는 선언이다.
분명한 건 둘 다 차마 어쩌지 못해내리게 되는 결정들이라는 거다. 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서글픈 두 갈래길... ‘묻다그리고 품다’.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06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한 예로 분노용기는 아래에서 위로 움직인다. 그러고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용기가 샘솟는다고들 말한다. 이 두 감정은 공통적으로 작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일순간 하고 터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노로 뛰쳐나간 발걸음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대체로 옳다면
용기로 도약된 행보는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무언가에, 또 누군가에게 싫증이 잘 난다면 그건 아마도 싫증이 잘 나는 성향이라서가 아니라 잘 마모될 수밖에 없는 부분만 골라서 좋아하는 성향 탓일 수 있다. 싫증이 주는 죄책감이나 불쾌감이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결, 태도, 에너지 같은 것을 찾아내어 그게 내 사랑의 진원지임을 인정한다면, 반복되는 패턴에 지루해지는 현상은 줄어들 수도 있다. 내 피부가 아닌, 마음 깊은 곳까지 다가와 툭 건드리는 것들을 구분해내는 것은 나름의 훈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기억은 추억에 비해 감정이 덜 관여돼 있다.
추억은 좋은, 아름다운 같은 수식어를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억은 틀릴 수가 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가사는 기억의 속성을 잘 활용한 거의 명언과 같은 표현이다.
반면에 추억은 틀릴 가능성이 없다.
이미 내가 어떻게 저장하기로 한, 나의 감정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잘려져 나온 디지털 사진이다.
모든 기억이 익어 추억이 되진 못하지만, 모든 추억은 결국 기억의 흔적이다.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07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목표는 어느 만큼의 관객수를 동원할지, 얼마의 수익을 창출할지 등의 구체적인 수치를 다루는 이야기다. 반면 꿈은 미술을 논한다. 어떤 분위기의 장소, 어떤 색깔과 질감의 의상, 또 어떤 종류의 소품에 둘러싸인 주인공.
즉 나를 상상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훌륭한 목표와 근사한 꿈, 어울리는 수식어도 각각 다르다.
그건 오래된 하루하루가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나는 그저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열광하다가 지금의 내가 되었을 뿐이니까.
남 탓과 내 탓의 균형도 이런 몸의 구조와 특성을 닮아 있다. 의도적으로 신경쓰고,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치우칠 수밖에 없는 자의식 과잉과 결핍의 간극,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완벽히 내 탓인 일도, 남 탓인 일도 없을 것이다. 나쁜 결과를 지울 때는 이라는 말을 쓰고, 좋은 결과를 지울 때는 이라는 말을 쓴다.
둘 모두 한쪽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오늘 나의 중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생각해본다.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08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기억하자. 오래 살아남는 시간 속에 잠깐씩 비참하고 볼품없는 순간들은 추한 것이 아니란 걸. 아무도 영원히 근사한 채로 버텨낼 수는 없단 걸.
영감은 체력에서 옵니다.” 라는 것은 결국 몸뚱이의 일부이니 피가 쌩쌩 돌고 산소가 공급되어야 원활히 돌아갈 터이고, 튼튼한 몸이 받쳐주는 지구력으로 버티는 시간이 있어야 영감이라는 게 오더라도 잡을 기력이 있는 것이다.
영감뿐이랴. 새로운 걸 시작하고 싶은 의지, 힘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근성, 새로운 기회가 오기까지 잠복하고 버티는 힘... 모두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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