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
좋아하는 마음이 사랑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만나면 반가운 건 마찬가지다. | 그러나 헤어져 있는 어느 때 못 견디게 보고 싶다면, 사랑일 확률이 높다. | |
‘좋아한다’는 감정은 반대로 조건이 없다. | 혼자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마음 한편이 시큰해지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게 없다. | |
좋아하는 사람이 다수일 수 있다. 아마도 이 차이가 ‘좋아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보다 덜 특별하다는 오해의 원천일 수 있겠다. | 내가 ‘좋다’는 마음을 귀하게 보는 데는 이 감정이 가진 실시간성과 일상적임에 있다. 우리가 ‘좋다’는 말을 언제 하는지 떠올려보면 실시간성이라는 말이 무언지 이해가 갈 것이다. | |
친구랑 공원에 앉아 기분 좋은 바람을 맞을 때, 마음에 쏙 드는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다 문득 뱉게 되는 말. ‘좋다!’ | 사랑하는 마음은 나를 붕 뜨게 하기도, 한없이 추락하게 하기도 하는 역동성을 띤 반면 좋아하는 마음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해주는 안정성이 있다. | |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 ||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 ||
02 |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 그러나 ‘기대’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늠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자 낭만이니까. | |
그렇다면 ‘기대’의 반대 의미는 무얼까. ‘오해’, ‘편견’쯤 되겠다. | 내가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 말이었던 것 같다.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기를 바란다는. | |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 |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갖는 부정적인 감정은 차라리 당연하다. 사람은 서로를 각자의 주관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앵글에서 모두에게 완벽한 피사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면 그건 지옥의 시작일 테다. 대신 생긴대로 살아가다 거름망에 걸러지는 내 사람들은 사금처럼 귀하다. |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미움받을 용기까지는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나의 인생관이다. | |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 ||
03 |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은, 이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다. | 나는 어차피 누구에게도 완벽하거나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 |
당신 곁의 수많은 거울들을 떠올려보라. 어떤 거울 앞에서 나는 가장 괜찮은 사람이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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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렇게 설명을 한다. |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들이 그러하듯 사람 마음의 모양은 전부 다르다. 선을 긋지 않는다는 건, 모양이 없는 액체 괴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 |
그러니까 선을 긋는 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 반대로 남들보다 더 관대하거나 잘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시원하게 트여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라는 사람을 탐험하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부분이 된다. | |
그래서 어떤 관계는, 나도 몰랐던 내 영역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통해 확장되기도, 스스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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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 | ‘사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건지’에 심취해서 포커스를 상대가 내 사과를 어떻게 받는지에 맞추기 시작한다. | |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 이 문장만 봐도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짜증이 밀려오지 않는가? | ||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 ||
04 |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
새로운 관계는 기차의 방향처럼 시간을 따라 앞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는 자꾸만 거기에 거꾸로 올라타 지나간 기억을 본다. 앞으로 펼쳐질 새롭고 아름다운 것들을 놓친 채. | 나는 ‘사랑은 마주보는 일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는, 마주보며 시작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
당신은 지금 연애에서 정방향 좌석에 앉아 있는가, 아니면 반대 좌석에 앉아 있는가? | ||
주는 자가 받는 이를 오랫동안 세심히 지켜봐온 시간이 선물받는 이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듯, 조언도 그렇다. |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아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때야 ‘조언’이지, 뱉어야 시원한 말은 조언이 아니다. | |
소중하다의 ‘소’는 ‘~하는 바’, ‘~하는 것’등의 의존명사 역할을 하고 ‘중’은 말 그대로 무거움을 뜻한다. 무거운 것을 손으로 받쳐 들려면 자연히 두 손을 쓸 테고 그 무게감 때문에 온 힘이 이것을 잘 잡고 지키는 데 쓰일 테니, 소중한 것을 가진 자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 ‘귀중품’이라는 단어의 ‘귀중’이라는 말과의 차이점은 중하게 여기는 것을 스스로 택할 수 있다는 데 있겠다. 귀중하다는 것은 희소송 있고 무거운 것, 즉 누가 봐도 그러한 것들에게 붙여지는 말이지만 | |
소중하다는 것은 그와는 확실히 다르다. 어느 가을, 주워 곱게 말린 은행잎이나 버려야 할 때가 지나버린,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옷은 귀중하진 않아도 소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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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은 글자가 뜻하는 것처럼 힘을 들여 지켜야 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종종 말로만 그것을 소중한다 칭한 채 방치한다. 그래서인지 가사 속에서 ‘소중하다’는 말은 주로 과거형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말 같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소중한 것들은 그것이 유한하기에 그렇다. 꽃을 보고 드는 반가운 마음은 이것이 곧 시들 것을 알기 때문이고, 청춘을 예찬하는 이유도 쏜살처럼 빨리 사라져버림을 알기 때문이다. | |
그러나 인간은 망각과 적응의 동물이기에 이 유한성을 잊는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기에, 하루하루는 소중하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이별에 가까워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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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 ||
05 |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 그 이유를 헤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 서러움은 일단 따뜻한 집에 들여 밥 한 술 떠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 |
주체할 수 없는 아픔 설명 없이 감정을 전달하기에 더 적확 어른이 되면 눈물을 참는 법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쏟아져 나올 때, 콧물까지 줄줄 흐르며 꺽꺽대는 밤을 나는 서러운 밤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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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픔’은 슬픔과 서러움에 비해 어쩐지 시각을 자극하는 효과를 가진 것 같다. ‘서글픈 별’은 홀로 외로이 떠 있는 별을 보며 내가 느끼는 감정이 드러난다. |
서글픔에는, 왠지 모르게 그 풍경에서 느껴지는 애틋한 아픔이 담겨 있다. 즉 나의 감정이 개입된 말인 것이다. | |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서글프게 본다는 문장에는 이전의 히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미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니까. | ||
묻고 가는 것은 주로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의 속성을 띈다. |
묻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려는 모습이, 품는 것은 무언가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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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것은 생명력이 사그라들길 바랄 수 있고 품는 것은 무럭무럭 자라나길 원할 수 있다. |
‘비밀을 묻고’가는 것은 그 비밀이 사라져야 해피엔딩이지만, ‘비밀을 품고’가는 것은 어찌 되었든 끝까지 가겠다는 선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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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둘 다 ‘차마 어쩌지 못해’ 내리게 되는 결정들이라는 거다. | 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서글픈 두 갈래길... ‘묻다’ 그리고 ‘품다’. | |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 ||
06 |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
한 예로 ‘분노’와 ‘용기’는 아래에서 위로 움직인다. 그러고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용기가 샘솟는다’고들 말한다. | 이 두 감정은 공통적으로 작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일순간 ‘펑’하고 터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 |
분노로 뛰쳐나간 발걸음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대체로 옳다면 용기로 도약된 행보는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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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또 누군가에게 싫증이 잘 난다면 그건 아마도 ‘싫증이 잘 나는 성향’이라서가 아니라 잘 마모될 수밖에 없는 부분만 골라서 좋아하는 성향 탓일 수 있다. | 싫증이 주는 죄책감이나 불쾌감이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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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결, 태도, 에너지 같은 것을 찾아내어 그게 내 사랑의 진원지임을 인정한다면, 반복되는 패턴에 지루해지는 현상은 줄어들 수도 있다. | 내 피부가 아닌, 마음 깊은 곳까지 다가와 툭 건드리는 것들을 구분해내는 것은 나름의 훈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
‘기억’은 추억에 비해 감정이 덜 관여돼 있다. ‘추억’은 좋은, 아름다운 같은 수식어를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
기억은 틀릴 수가 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중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가사는 기억의 속성을 잘 활용한 거의 명언과 같은 표현이다. | |
반면에 추억은 틀릴 가능성이 없다. 이미 내가 어떻게 저장하기로 한, 나의 감정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
기억은 잘려져 나온 디지털 사진이다. 모든 기억이 익어 추억이 되진 못하지만, 모든 추억은 결국 기억의 흔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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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 ||
07 |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
목표는 어느 만큼의 관객수를 동원할지, 얼마의 수익을 창출할지 등의 구체적인 ‘수치’를 다루는 이야기다. | 반면 꿈은 미술을 논한다. 어떤 분위기의 장소, 어떤 색깔과 질감의 의상, 또 어떤 종류의 소품에 둘러싸인 주인공. 즉 나를 상상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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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목표와 근사한 꿈, 어울리는 수식어도 각각 다르다. | ||
그건 오래된 하루하루가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나는 그저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열광하다가 지금의 내가 되었을 뿐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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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과 내 탓의 균형도 이런 몸의 구조와 특성을 닮아 있다. 의도적으로 신경쓰고,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치우칠 수밖에 없는 자의식 과잉과 결핍의 간극,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완벽히 내 탓인 일도, 남 탓인 일도 없을 것이다. | 나쁜 결과를 지울 때는 ‘탓’이라는 말을 쓰고, 좋은 결과를 지울 때는 ‘덕’이라는 말을 쓴다. | |
둘 모두 한쪽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오늘 나의 중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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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 ||
08 |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 |
기억하자. 오래 살아남는 시간 속에 잠깐씩 비참하고 볼품없는 순간들은 추한 것이 아니란 걸. | 아무도 영원히 근사한 채로 버텨낼 수는 없단 걸. | |
“영감은 체력에서 옵니다.” | ‘뇌’라는 것은 결국 몸뚱이의 일부이니 피가 쌩쌩 돌고 산소가 공급되어야 원활히 돌아갈 터이고, 튼튼한 몸이 받쳐주는 지구력으로 버티는 시간이 있어야 ‘영감’이라는 게 오더라도 잡을 기력이 있는 것이다. | |
영감뿐이랴. 새로운 걸 시작하고 싶은 의지, 힘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근성, 새로운 기회가 오기까지 잠복하고 버티는 힘... 모두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 | ||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 |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 ||
요약영역(내용 정리, 나에게 적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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